[로마] 바티칸 박물관 지도 훑어보기

 바티칸 박물관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너무 크고 관람해야 될 작품이나 전시가 많아 어떤 게 어떤 건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이해 없이 관람을 하면 '우와 멋있다. 대단하다'만 하고 끝이 납니다. 관람을 좀 더 맛있게 하기 위해서는 미술관 내 각 구역이 어떤 테마인지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같이 지도와 함께 가보시죠.

 

 

 

바티칸 박물관 지도 보는 방법

< 공식 홈페이지 >

 지도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 지도를 켜면 1층과 2층으로 나눠 박물관 내 각 전시관 위치가 간략하게 표기되어 있는데 문제는 복잡해서 사실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지도를 가장 쉽게 보는 방법은 현재 내 위치가 지도상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과 같이 구글 지도와 박물관 지도를 동시에 키고 박물관 지도만 시계 방향 90도로 회전시키면 위치파악은 너무 쉽습니다.

< 바티칸 지도(좌) / 구글 지도(우) >

 좌측의 바티칸 박물관 지도에 동그라미가 입구입니다. 둘을 비교하니 이해가 바로 되시겠죠? 우측 구글 지도 기준으로 설명드리면,박물관은 크게 A(서쪽)와 B(남쪽) 두 갈래로 나눠집니다. 박물관 관광은 보통 바티칸 박물관 -> 시스티나 대성당 ->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순으로 진행되는데 시스티나 대성당이 B에 있어 A->B 순으로 보시면 됩니다.

 

 

바티칸 박물관 지도 이해하기

 지도를 보면 각 전시관별로 위치와 전시명이 쓰여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어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어려워서 한글로 간단하게 정리를 해봤습니다. 1층과 2층으로 구분하겠습니다.

1층 전시관

번호	전시관	한글	설명	분류
1	MUSEO GREGORIANO EGIZIO	그레고리안 이집트 박물관	고대 이집트의 조각상, 미라, 상형문자 비문 등을 전시. 로마 제국 시기 이집트 예술도 포함	Egyptian Art
2	MUSEO CHIARAMONTI	키아라몬티 박물관	고대 로마 흉상과 조각들이 전시된 긴 회랑. 교황 피우스 7세(본명 Chiaramonti) 이름에서 유래	Greek and Roman Art
3	BRACCIO NUOVO	브라치오 누오보	신고전주의 양식의 전시실. ‘프리마 포르타의 아우구스투스’ 등 유명 로마 조각이 있는 공간	Greek and Roman Art
4	MUSEO PIO CLEMENTINO	피오 클레멘티노 박물관	고대 그리스·로마 조각 명작들이 모인 대표 갤러리. 라오콘 군상, 아폴로 벨베데레 등이 있음	Greek and Roman Art
11	APPARTAMENTO BORGIA	보르자 아파트먼트	교황 알렉산데르 6세(보르자 가문)가 사용하던 개인 아파트. 피렌체 출신 화가 피인트리치오(Pinturicchio)의 벽화로 유명	Art of the XIX - XXI cent
12	CAPPELLA SISTINA	시스티나 성당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으로 유명한 교황 선출 콘클라베 장소	Art of the XII - XVIII cent
13	SALA DELE NOZZE ALDOBRANDINE	알도브란디네 혼인실	고대 로마 벽화 ‘알도브란디네 혼인’을 전시한 방. 섬세한 로마 벽화 예술을 볼 수 있음	Greek and Roman Art
14	MUSEO CRISTIANO	기독교 박물관	초기 기독교 미술품, 카타콤(지하묘)에서 출토된 유물 전시	Early Christian Art
15	MUSEI DELLA LIBRERIA VATICANA	바티칸 도서관 박물관	바티칸 도서관의 귀중한 필사본, 지도, 장식 예술품 전시	Art of the XII - XVIII cent
16	MUSEO PROFANO	프로파노 박물관	로마 시대의 세속적 장식품, 신화 주제의 유물 전시.	Decorative Art
17	MUSEO GREGORIANO PROFANO	그레고리안 프로파노 박물관	헬레니즘·로마 시대 세속 미술품 전시. (원래 라테란 궁에 있던 것을 바티칸으로 이전)	Greek and Roman Art
18	MUSEO PIO CRISTIANO	피오 기독교 박물관	초기 기독교 석관과 장식품 중심의 전시. 교황 피우스 9세 때 설립	Early Christian Art
19	PINACOTECA	피나코테카(회화관)	바로크 회화 걸작 전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카라바조 등의 작품 포함.	Art of the XII - XVIII cent

 이렇게 정리를 해도 이해를 못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대략적으로 지금 내가 보고 작품이 어떤 시대의 어떤 작품인지를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저는 바티칸 박물관을 두 번 갔었는데 처음에는 이집트 전시관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바티칸이라 해서 로마랑 기독교에 대한 것만 있는 줄 알았거든요. 제가 기억 남았던 것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 아우구스투스(좌) / 에덴동산(중간) / 성 베드로 처형(우) >

 PINACOTECA(19) 들어가기 전에 옆쪽에 보면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조각상이 있습니다. 여기서 친구들이랑 기념샷을 찍었는데 꽤 재밌었습니다. 저희는 각자 무엇을 가리키고 있었을까요? PINCATECA에는 대부분 성모마리아, 예수, 성 베드로가 그려진 작품이 많습니다. 제가 가장 인생 깊게 본 작품은 에덴동산인데 정말 이렇게 최초의 인류와 동물들이 한 데 어우러져 사는 동화 같은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그림이 꽤 사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에덴동산 말고 성 베드로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처형을 당하는 그림도 있는데 역동적이어서 성 베드로가 죽기 싫어 '안돼~'하면서 약간 저항을 하는 모습이 제 눈에 보이네요.

< 라오콘 군상 >

 MUSEO PIO CLEMENTINO(4)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상은 '라오콘 군상'입니다. 기원전 1세기경 헬레니즘 시대 제작된 조각상으로 트로이 전쟁 신화 속 인물입니다. 가운데 있는 사람이 트로이 사제인 라오콘이고 좌우는 아들입니다. 그리스 군이 퇴각하며 남겨 놓은 트로이 목마가 함정임을 알고 사람들에게 경고했고 이에 대해 분노한 그리스군 편 신들이 바다뱀을 보내 죽이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보면 몸짓이나 표정 등이 정말 극적인 상황을 잘 표현하고 느끼게 해 줍니다.

 

 

2층 전시관

번호	전시관	한글	설명	분류
5	MUSEO GREGORIANO ETRUSCO	그레고리안 에트루리아 박물관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 유물 전시. 무덤에서 나온 토기, 청동상 등	Etruscan Art
6	GALLERIA DEI CANDELABRI	촛대 갤러리(촛대 회랑)	대형 대리석 촛대와 조각들이 늘어선 화려한 회랑	Greek and Roman Art
7	GALLERIA DEGLI ARAZZI	태피스트리 갤러리(직물 회랑)	라파엘로 디자인의 성경 이야기 태피스트리(벽걸이 직물) 전시. 시선 따라오는 착시 효과 유명	Art of the XII - XVIII cent
8	GALLERIA DELLE CARTE GREOGRAFICHE	지도 갤러리(지도 회랑)	16세기 이탈리아 지도 40여 점을 그린 대형 프레스코 회랑. 천장 장식도 화려함	Art of the XII - XVIII cent
9	SALA DELL'IMMACOLATA CONCEZIONE	원죄 없는 잉태실	교황 비오 9세가 ‘원죄 없는 잉태 교리’를 선포한 공간 기념. 이를 주제로 한 벽화와 장식 있음	Art of the XIX - XXI cent
10	STANZE DI RAFFAELLO	라파엘로의 방	라파엘로가 그린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교황의 개인 서재와 접견실. ‘아테네 학당’, ‘성체 논쟁’ 등이 대표작.	Art of the XII - XVIII cent

 2층에서 기억에 남는 건 GALLERIA DELLE CARTE GREOGRAFICHE(8)이랑 STANZE DI RAFFAELLO(10)입니다.

< 지도 벽화(좌) / 아테네 학당(우) >

 GALLERIA DELLE CARTE GREOGRAFICHE(8)에 가면 천장과 좌우로 온갖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6세기 교황 그 레오리오 13세 지시로 제작됐고 이탈리아 전역 지도가 벽면에 그려져 있습니다. 천장의 그림들은 각 지역별 일화나 사건들을 묘사한 작품으로 프레스코화 기법이 사용됐습니다. 프레스코화는 벽면에 그림을 덧칠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벽면을 만들기 위해 석회를 바를 때 안료도 같이 칠해 그림 자체가 벽면과 일체가 되는 기법이라고 합니다.

 

  STANZE DI RAFFAELLO(10)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아테네 학당'이겠죠? SNS 보면 너도나도 인증숏을 찍는 곳이 여깁니다. 아테네 학당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한 데 모여 이상적인 학문 토론을 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서로 다른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이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건 재밌는 상상이네요. 중간 왼쪽에 있는 사람이 플라톤, 그 옆에가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플라톤은 하늘(이상)을 아리스토텔레스는 땅(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라파엘로의 작품을 끝으로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다 보면 이제 시스티나 대성당으로 갑니다. 아마 바티칸 박물관 전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장소일 텐데요. 바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전시된 곳입니다. 아쉽게도 해당 장소에서는 사진 촬영이 불가라 사진은 없지만 직접 가보시면 엄청난 규모에 입이 벌어지시리라 확신합니다. 인터넷 그림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 직접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걸 그린 미켈란젤로는 좋은 의미에서 진짜 미친 사람이란 걸 느끼실 겁니다..